
방아쇠수지 진단을 받고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. 손가락을 굽혔다 펼 때 어느 지점에서 걸리다가 툭 튕기듯 펴지는 증상이에요. 심하면 아예 안 펴져서 반대 손으로 밀어 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.
여기까지 들으면 손가락 문제로 보입니다. 그런데 저희가 먼저 확인하는 건 손가락이 아니라 손목과 팔꿈치예요.
손가락은 힘줄이 지나가는 통로 문제입니다
손가락을 굽히는 힘줄은 손바닥 쪽에서 여러 개의 고리 모양 구조를 통과합니다. 이 고리가 좁아지거나 힘줄 자체가 부어오르면, 힘줄이 고리를 통과할 때 걸리는 느낌이 나요. 심해지면 아예 걸려서 안 넘어갑니다.
이 고리는 손가락을 많이 쥐고 펴는 동작을 반복할수록 부담을 받습니다. 그래서 손을 많이 쓰는 일을 하시는 분, 혹은 스마트폰을 오래 쥐는 분에게 자주 나타나요.
저희가 먼저 확인하는 것
손목이 얼마나 굽어 있는가
손을 쥘 때 손목이 살짝 굽은 상태로 힘을 주는 습관이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. 손목이 굽은 채로 쥐면 손가락 힘줄이 지나가는 각도가 틀어지면서 같은 동작에도 마찰이 더 생겨요. 손목이 일자로 펴진 상태에서 쥐는 힘과, 굽은 상태에서 쥐는 힘을 비교해서 어느 쪽이 더 편한지 확인합니다.
팔꿈치·전완 근육이 짧아져 있는가
손가락을 굽히는 근육 상당수가 팔꿈치 안쪽에서 시작해서 손가락까지 내려옵니다. 전완이 짧아져 있으면 손가락을 펼 때마다 그 근육 전체가 당겨지고, 손끝의 좁은 통로에 부담이 더 실립니다. 팔을 곧게 펴고 손가락을 뒤로 젖혀보게 해서 전완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봅니다.
반복하는 동작이 무엇인가
어떤 자세로, 어느 정도 힘으로, 하루에 얼마나 반복하시는지를 확인합니다. 같은 방아쇠수지라도 원인 동작이 다르면 운동으로 잡아야 할 지점도 달라집니다.
당분간 안 시키는 동작이 있습니다
손가락에 걸리는 느낌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아래를 당분간 피합니다.
- 꽉 쥐는 악력 운동: 걸리는 지점을 그대로 반복해서 통과시킵니다
- 오래 쥐고 버티는 동작: 매달리기, 무거운 것 오래 들기
- 손목을 굽힌 채 힘주는 동작: 각도가 틀어진 상태로 반복하면 더 걸립니다
대신 손목을 편 상태에서 손을 쓰는 감각, 전완을 늘려두는 동작부터 넣습니다. 손가락 자체보다 손가락으로 가는 길을 먼저 정리하는 거예요.
다음 단계로 넘기는 기준

- 손을 쥐었다 펼 때 걸리는 느낌이 없을 것
- 손목을 편 상태로 힘주는 게 어색하지 않을 것
- 전완을 늘렸을 때 좌우 차이가 줄어들 것
날짜가 아니라 이 세 가지로 봅니다. 걸리는 느낌이 완전히 없어져야 다시 쥐는 힘을 늘리는 단계로 넘어갑니다.
여기서 자주 놓치는 것
반대쪽 손을 안 봅니다. 한쪽 손가락이 아프면 나머지 일을 반대 손이 떠맡습니다. 몇 달 지나면 반대쪽에도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요. 그래서 저희는 아픈 손만이 아니라 양쪽 손목·전완을 같이 봅니다.
수술이나 시술 후 재활을 저희가 어떤 기준으로 단계를 넘기는지는 수술받고 나서 운동, 언제부터 어떻게에 공통 원칙으로 적어뒀습니다.
정리하면
방아쇠수지로 오신 분께 저희가 먼저 보는 건 손가락이 아니라 손목이 어떤 각도로, 팔꿈치 쪽 근육이 얼마나 짧아진 상태로 그 동작을 반복해왔는지입니다. 손가락은 결과가 나타나는 자리이고, 원인은 대개 그 위에 있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