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40대 초반 회원님이 오셨습니다. 어깨가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, 직접적인 계기는 전에 운동하시던 곳에서 다친 일이었어요.
여기에 사정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. 수술을 받으신 뒤로 호르몬이 흔들리면서 체중이 꽤 많이 늘어난 상태셨어요. 본인이 관리를 안 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, 몸이 알아서 바뀌어버린 경우였습니다.
처음 움직임을 보고 든 생각
솔직히 가르치는 재미가 있는 분이었습니다.
설명하면 바로 알아들으시고, 시켜보면 동작이 곧잘 나왔어요. 이런 분들이 흔치 않습니다. 몸을 쓰는 감각이 원래 있으신 거예요. 운동을 처음 배우는 분들 중에는 말로 설명한 걸 몸으로 옮기는 데만 몇 주가 걸리는 경우도 많거든요.
그래서 더 이상했습니다. 이렇게 잘 따라 하시는 분이 왜 다치셨을까.
좌우는 거의 완벽했습니다

뒤에서 본 점수가 88점이었어요. 어깨 수평은 0.0도, 골반 수평 0.5도. 좌우 균형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.
답은 옆에서 봤을 때 나왔습니다. 오른쪽 70점, 왼쪽 66점.
거북목 각도가 34.7도, 라운드숄더 각도가 45.3도였어요. 머리는 앞으로 빠져 있고 어깨는 앞으로 말려 있는 상태입니다. 사무직에서 흔히 보는 모양인데, 이분은 여기에 체중 변화가 겹치면서 상체 앞쪽이 더 무거워져 있었어요.
만세가 166도에서 멈춥니다
결정적인 건 팔을 위로 드는 동작이었습니다.
팔을 머리 위로 곧게 뻗게 하면 166.6도에서 더 안 올라갔어요. 어깨 안정성 항목이 46점입니다. 그리고 그 상태에서 척추 중립 점수가 24점, 골반 안정성이 39점으로 나왔습니다.
무슨 말이냐면, 팔이 갈 데까지 갔는데 아직 목표 자세에 못 닿으니까 몸통을 돌려서 나머지를 채우고 있었다는 뜻이에요. 팔이 46.5도만큼 돌아간 몸통 위에 얹혀 있었습니다.
여기서 앞의 의문이 풀립니다. 이분은 시키는 자세를 만들어냅니다. 감각이 좋으니까요. 다만 어깨가 그 자세까지 못 가니까 부족한 만큼을 허리와 몸통에서 빌려옵니다. 겉으로 보면 동작이 나온 것처럼 보이지만, 안에서는 원래 그 일을 하면 안 되는 자리가 대신 일하고 있었어요.
그 상태로 무게가 올라가면 빌려 쓰던 자리부터 무너집니다.
잘 따라 하는 사람이 더 위험할 때가 있어요
이게 제가 이 케이스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.
동작 습득이 느린 분들은 자세가 안 나오니까 지도하는 사람도 금방 알아챕니다. 그런데 감각이 좋은 분들은 몸이 안 되는 구간을 다른 데서 메꿔서 그럴듯한 모양을 만들어냅니다. 지도하는 쪽에서 안 나오는 각도를 따로 재보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요.
그래서 저희는 배우는 속도가 빠른 분일수록 각도를 먼저 확인합니다. 팔이 어디까지 가는지, 그 지점을 넘어서면 몸이 어디로 도망가는지.
무게를 얹기 전에 정렬부터 보는 이유는 거북목·라운드숄더에 두통까지 — 저항운동을 아직 안 시킨 이유에 자세히 적어뒀습니다.
아래쪽은 좋았습니다
발끝 잡기가 85점이었어요. 무릎 안정성은 94점. 하체와 뒤쪽 유연성은 문제가 없었습니다.
막힌 곳이 위쪽 하나로 좁혀지니 할 일도 분명해졌어요. 스트레칭을 전신으로 돌릴 이유가 없습니다.
지금 하고 있는 것
팔이 올라가는 범위를 넓히는 것, 그리고 넓어진 범위 안에서만 힘을 쓰게 하는 것. 이 두 가지입니다.
무게는 아직 거의 안 얹었어요. 체중이 늘어난 몸은 같은 동작을 해도 관절이 받는 부담이 예전과 다릅니다. 예전에 하던 강도를 기억하고 그대로 돌아가려 하면 그때 다칩니다. 실제로 이분이 다치신 경위도 여기에 가까웠어요.
몸이 급하게 바뀐 분들께는 이 이야기를 꼭 드립니다. 지금 몸에 맞는 강도는 예전의 나를 기준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, 오늘 잰 각도를 기준으로 정합니다.
남은 이야기
배우는 속도가 빠르다는 건 큰 자산입니다. 범위만 열리면 다른 분들보다 훨씬 빨리 갈 수 있는 분이에요. 지금은 그 범위를 만드는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.
다치고 오신 분들께 저희가 처음 몇 주를 느리게 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. 다친 자리를 고치는 것보다, 그 자리에 일을 떠넘긴 구조를 바꾸는 게 먼저예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