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시니어 회원님들 중에 이런 분들이 계십니다.
집에서 나와 5분쯤 걸으면 다리가 무겁고 저려옵니다. 벤치에 잠깐 앉으면 또 괜찮아져요. 그래서 다시 걷다가 또 앉습니다. 마트 한 번 다녀오는 데 쉬는 자리를 미리 알아두게 됩니다.
척추관 협착증 진단을 받고 오시는 분들에게 흔한 모습입니다. 이럴 때 저희가 제일 먼저 하는 건 걷기 연습이 아니에요. 오늘 몇 걸음에서 쉬었는지부터 적게 합니다.
왜 걸으면 안 되고 앉으면 되는 걸까요
이 패턴에는 이유가 있습니다.
서 있을 때 우리 허리는 자연스럽게 뒤로 살짝 젖혀집니다. 나이가 들면서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진 분일수록 더 젖혀져요. 이 자세에서는 척추 뒤쪽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집니다.
반대로 앉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그 통로가 다시 넓어집니다. 그래서 앉으면 편하고, 쇼핑카트를 밀거나 자전거를 탈 때는 멀쩡한 거예요. 자전거는 상체를 앞으로 숙인 자세니까요.
걷는 능력이 없어서 못 걷는 게 아닙니다. 서 있는 자세가 통로를 좁혀서 못 걷는 겁니다. 이걸 알면 접근이 달라집니다. 무작정 걷는 시간을 늘리는 건 좁아진 통로를 더 오래 쓰게 만드는 일이거든요.

저희가 먼저 확인하는 것
골반이 얼마나 앞으로 기울어 있는지. 옆에서 재봅니다. 이 각도가 클수록 서 있을 때 허리가 더 젖혀지고,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짧아집니다. 저희가 만난 분들 중엔 이 각도가 9도를 넘고 허리가 60도 가까이 꺾여 있던 경우도 있었어요.
허리를 앞으로 굽히는 방향이 열려 있는지. 앉아서 몸을 앞으로 숙이거나, 누워서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겨봅니다. 이 방향이 편하게 나오는 분은 회복이 빠릅니다. 이 방향마저 굳어 있으면 거기부터 열어야 해요.
고관절이 얼마나 접히고 펴지는지. 걸을 때 다리를 뒤로 보내는 각도가 고관절에서 안 나오면, 그 각도를 허리가 대신 젖혀서 만듭니다. 걸음마다 통로가 한 번씩 더 좁아지는 셈이에요. 걷는 거리를 늘리려면 여기가 가장 크게 작용합니다.
순서가 있습니다
1단계 — 눕거나 앉아서 반대 방향을 여는 것
걷기 전에, 허리를 앞으로 굽히는 방향부터 몸에 되찾아 줍니다. 서서 하지 않고 누워서 합니다. 통로가 넓어지는 자세에서 시작해야 저림 없이 움직일 수 있어요.
이때 고관절 앞쪽도 같이 풉니다. 앉아 있는 시간이 길었던 분들은 여기가 짧아져 있고, 짧아진 만큼 걸을 때 허리가 젖혀집니다.
앉았다 일어설 때 사타구니가 당기는 신호에 대해서는 고관절이 굳었다는 신호에 적어뒀습니다.
2단계 — 골반을 세우고 서는 법
같은 5분을 걸어도 골반 위치에 따라 통로 사정이 달라집니다. 배에 살짝 힘을 넣어 골반을 세운 채 서는 감각을 먼저 익힙니다. 처음엔 벽에 기대서 연습해요.
이게 되면 걷는 거리가 늘어나는 분들이 있습니다. 근력이 붙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. 자세가 통로를 덜 좁히기 때문이에요.
3단계 — 아프기 전에 미리 쉬는 걷기
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실용적인 부분일 겁니다.
대부분 저려올 때까지 걷다가 쉽니다. 그런데 저림이 온 다음에 앉으면 그날 총 걷는 양이 줄어들고, 몸은 "걸으면 저리다"는 걸 학습합니다.
그래서 저희는 저리기 전에 미리 앉는 방식으로 바꿉니다. 5분에서 저리는 분이면 4분에서 앉는 거예요. 30초 앉았다 다시 4분. 이렇게 하면 하루에 걷는 총량은 오히려 늘어납니다.
4단계 — 다리 힘 붙이기
이건 나중입니다. 앉아서 하거나 기대서 하는 방식으로, 통로가 넓어진 자세에서 합니다. 서서 하는 하체 운동은 조건이 갖춰진 다음에 넣어요.
다음 단계로 넘기는 기준
- 쉬기 전까지 걷는 시간이 지난주보다 길어졌을 것
- 쉬고 나서 회복되는 시간이 짧아졌을 것
- 걷고 난 다음 날 다리가 무겁지 않을 것
날짜 대신 이 세 줄로 정합니다. 그래서 기록이 필요해요. 오늘 몇 분에 쉬었고 몇 초 앉았다 일어났는지, 이 두 개만 적어두시면 됩니다.
여기서 자주 놓치는 것
무서워서 안 걷습니다. 저림이 반복되면 외출 자체를 줄이게 됩니다. 그런데 안 걷는 동안 다리 근육과 심폐 능력이 같이 빠지고, 그러면 같은 거리도 더 힘들어집니다. 좁아진 통로 때문에 못 걷던 것이 나중엔 체력 때문에 못 걷는 것으로 바뀌어요. 이게 제일 안타깝습니다.
그리고 지팡이나 카트를 부끄러워합니다. 뭔가를 잡고 상체를 살짝 숙이면 통로가 넓어져서 훨씬 멀리 갈 수 있습니다. 도구를 쓰는 건 후퇴가 아니라 오늘 더 걷기 위한 방법이에요. 걷는 총량이 늘면 다리도 같이 좋아집니다.
정리하면
걷다가 자꾸 쉬어야 하는 몸에는 참고 더 걷는 게 답이 되지 않습니다. 서 있는 자세를 바꾸고, 저리기 전에 미리 쉬고, 그 기록을 남기는 것. 이 순서로 갑니다.
시니어 회원님들께 저희가 근력보다 움직임을 먼저 보는 이유는 시니어 재활, 근력보다 먼저 봐야 할 것에 적어뒀어요. 걷는 거리는 다리 힘보다 자세에 먼저 걸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.